Historical Research Project
Knowing the past and Preparing for the Future
[기고]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 30년과 앞으로 30년
입력 : 2021.12.29 00:04:01 수정 :2021.12.29 08:53:34댓글 0
월가의 금융 전문가가 삼성전자나 하이닉스가 미국 회사라면 주가가 얼마쯤 되어야 적정 가격일 것 같은지 물어온 적이 있다. 삼성전자나 하이닉스의 외국인 주식소유 비율이 반이 넘더라도, 이들이 한국에 있는 한 안보 리스크로 인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어쩔 수 없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한 지 30년이 되는 현시점에서 유엔이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완화하는 데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역할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냉전 해체기에 이루어진 1991년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은 한반도의 지정학 리스크 해소에 큰 역할을 했다. 유엔의 남북한 동시 가입은 그해 12월 13일 '남북기본합의서' 채택과 12월 31일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합의라는 현대국제정치사에서 가장 모범적인 분쟁해결 사례로 이어진다.
하지만 핵무장의 길을 걷기 시작한 북한은 2013년 남한이 유엔안보리 대북제재에 가담했다는 어처구니없는 구실로 어렵사리 일구어 낸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무효화시켰다. 2013년은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한 2006년으로부터 7년이 지난 시점이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에 제재를 가하고자 2006년 이후 10여 개의 결의문을 채택했으나 이들은 사실상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6년 북한의 제4차 핵실험과 2017년 ICBM 발사를 계기로 안보리는 이전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강화된 제재 결의를 채택했다.
최근 미·중 갈등의 격화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미·중 양자 차원의 영역을 넘어 안보리를 통한 다자간 국제감시체제가 확립되어 있고, 중국이 북핵 문제에서 소극적 태도를 보일 경우 일본과 한국, 나아가 대만에 대해서도 핵무장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중국이 제재의 기본 틀을 깨고 나가는 데에는 상당한 제약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참석 이후 대북 제재가 크게 완화되었다는 우려에 주목해야 한다.
지난 12월 '환태평양 대화'에 참석한 척 헤이글 전 국방장관은 미·중 관계가 좋을 때에도 중국은 제재에서 미국을 속여왔기 때문에 관계 악화 국면에서는 이를 더욱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 후 30년 동안 지속된 미국 우위의 탈냉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에서 비약적으로 비상했다. 그러나 앞으로 30년간의 국제질서는 전혀 다를 수 있다.
갈수록 험악해지고 있는 미·중 간 헤게모니 쟁탈전과 북한의 고도화한 핵무기 보유로 인해 한국은 과거 30년과는 달리 향후 30년간 맞이할 글로벌 무대에서 세찬 비바람을 견뎌야 할 것이다. 한국은 1948년 유엔총회결의에 의한 정부 수립 이후 지난 70년간 유엔과 더불어 성공적인 '극복의 역사'를 이룩해왔다. 이제 새로운 위기가 생길 때마다 한국은 유엔이 가지고 있는 전가의 보도, 즉 위기를 세상에 선포하고 집중시키는 '어젠다 설정 권한(agenda-setting power)', '정상회의 소집능력(convening power)' 그리고 국가 주권에 대한 적절한 강제력 행사권한을 활용함으로써 또 다른 '극복의 역사'를 써내려가야 할 것이다.
[박인국 최종현학술원 원장·전 주유엔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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